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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시황을 읽는 법

highheat 2007. 4. 23. 22:30
아무리 풍부한 시장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은행의 딜러들이라 할 지라도정확하게 환율 수준을 예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은행 딜러들끼리의 우스개 소리인데 심지어 딜러들끼리조차 서로 환율이어떻게 될지 물어보면 ‘그거 정확히 알면 내가 여기에서 딜 안하고 혼자 나가서 개인거래 하지요’라고 이야기한다.

몇해 전 해외 토픽에서 소개된 이야기인데 원숭이인지 침팬지인지를 훈련시켜 유수의 증권 트레이더들과 수익률 게임을 했더니 원숭이가1등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수익률이 좋은 딜러라 할지라도 항상 옳고 항상 승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여하간시장 돌아가는 상황은 파악하고 있어야 전략도 세우고 거래도 할 수 있다. 시황도 읽고 은행 딜러들에게 시장 분위기도 들어야한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자기 나름대로 시장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외환시장 시황을 읽다 보면 생소한 용어 때문에막힐 때가 많고 여러 변수들과 환율과의 관계를 연결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답답해지는 경우도 많다.‘신속’이 미덕인 시황의특성상 용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부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쉽다.

다음 소개될 몇 가지들은 환율시황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손님들이다.

· 월말네고물량 출회

달러의 공급이 월말에 집중되어 출회되면 이것이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환율 하락을 유도한다는 이야기이다. 수급상 당연한이야기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월말에 네고가 집중되면서 실제로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만은 않은듯 하다
. 수출기업의 경우 월말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매도하여 원화로 바꾸어 시재를 유지하던지 급여 지급이나원재료 구매자금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요즘은 예전과 달리 네고물량이 월말이 아니어도 항상 나온다. 월말네고물량 출회라는표현이 어떻게 보면 조금 과장되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과연 ‘네고’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지난번에도 잠깐언급했었지만 수출기업이 신용장 방식으로 수출을 한 경우에 은행에 가서 수입자가 발행한 수입L/C, 선사가 발행한 B/L, 그리고자기가 스스로 발행한 환어음을 제시하고 은행에 네고를 해 달라고 요청한다. 은행은 서류를 검토하고 nego를 해 주면서 제반비용을 제하고 수출대전인 달러를 내어준다. 수출자가 받은 달러화를 외환시장에 파는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네고물량 출회’라는것이다. 꼭 신용장 방식이 아니라 T/T거래로 송금받은 달러를 팔 경우에도 그것을 구분하지 않고 '네고가 나온다'라고 한다.참고로 이야기 하자면 은행이 Negotiation을 하고 수출자는 Negotiation을 당한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 월초 결제수요 집중

이것이 상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받을 돈은 먼저 받고 줄 돈은 최대한 늦게 주라’는 것이 관행이자 미덕이다. 월말에네고물량이 출회된다면 월초에는 결제 수요가 많다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요즘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 환율 변화가 심하지 않던 IMF전까지만 해도 이 공식이 맞았겠지만 요즘처럼 환율 변화가 심한 경우에는 환율이 하락하면 결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 월초라고 해서 그 수요가 집중하는 경향은 예전보다 덜 한 듯 하다.

· 외국인 주식매수자금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이들의 투자 행태에 따라 환율이 크게 변동되는 경우가 많다.외환딜러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런던과 뉴욕 주식시장 동향을 주시하는 이유도 global 시장 동질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뉴욕주식시장의 여파가 서울 증시에도 상당히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 당연히 증시가 상승하고 외국인들의 주식매수가 증가할수록 외환시장은 달러화 공급 및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

·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은행권의 인수, 외국 자본의 국내 직접투자물량이 공급되는 경우이다. 올해에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제일은행 합병을 비롯하여 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에 걸친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예상된다
. 간혹 외환시장에서 공급물량에 대한 추측이 과장되면서 퍼지기도 하지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공급요인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없다.

· Repatriation(본국송금수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한 투자를 종결하고 다시 본국으로 투자 결과를 송금하는 수요로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다시 매입하기 때문에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3월결산이 일반적인 일본의 경우에는 해외 각국에 투자했던 투자자금을 3월말에 일시적으로 본국으로 거두어들였다가 4월이 되면 다시 전 세계로 투자하는 일이 많다
. 따라서 3월 말이 가까와 질수록 엔화 매입 수요 증가로엔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것도 수많은 수급요인 중 한 요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3월이라 엔이강세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은 위험한 생각이다.

· 유가 상승

우리 나라처럼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화가 환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도마찬가지이다. 유가가 상승했다고 하면 당장은 원유 수입에 필요한 외화 금액 자체가 증가하기 때문에 달러화 수요가 그만큼증가한다. 중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때문에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의 통화들이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커지게된다.


· 미국 고용지표

미국 고용지표가 좋게나올거라는 추측이나 실제로 좋게 나온 경우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연준리의그린스펀 의장은 FED금리 결정을 하기 위해 거시 경제지표들 중에서 고용지표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때문에 미국고용지표는 달러화의 방향에 직간접적인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고용지표가 하락하여 경기 침체가우려된다면 연준리는 연방금리를 인상하지 않거나 아니면 인하하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 국채를 비롯한 투자수단에 투자하려는국제 투자자본의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달러를 매입해서 미국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어들 것이므로 달러화는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고용지표는 매우 중요한 경제지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은 고용지표를나름대로 예상하고 추측하여 미리 달러화에 대한 투기적인 포지션을 잡는다. 고용지표가 악화될 전망이라면 달러화를 미리 매도할것이고 개선될것 같다면 매입하여 놓는다. 실제 발표가 되어 예상치와 비슷하다면 시장의 반응은 잠잠하다. 이른바 ‘선반영’되어있는 것이다. 만약 실제 발표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 시장은 크게 요동을 친다. 트레이더들이 포지션을 급히 수정하는과정에서 손절매가 동반되거나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주식시장에서 ‘루머에 사고 사실에 팔아라’라는격언과 일맥상통하는 과정이다.

이 밖에도 많은 변수들이 있고 그 수많은 변수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때로는 어떠한 변수가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 반면 같은 변수라 할지라도 어떤 경우에는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A라는 변수는 B라는변수를 만났을때 그 힘이 증폭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몇몇 변수들을 조합한 함수(이른바 가격예측모델이라고 한다)를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그 모델을 파는 경우도는 있지만 어느 하나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아닌 것들이 없다.

외환시장에 대한 감은 깊은 관심과 반복된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이런 의미에서도 전문가의 말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